1,300억 원대 '작업 대출' 사태의 전말
수서경찰서가 의사 215명과 브로커들을 사기 혐의로 무더기 입건했다. 이들은 개인 병원 개원을 위해 허위로 부풀린 예금 잔액을 바탕으로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발급 받았다. 대출 규모가 1,300억 원에 이른다. 일부는 이 돈으로 아파트를 샀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국가 정책자금이 강남 부동산 투기에 쓰였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관행으로 포장된 범죄, '작업 대출'
사태의 중심에는 이른바 ‘작업 대출’이 있다. 브로커가 의사 계좌에 돈을 넣어 잔액 증명을 일시적으로 부풀리고, 이를 근거로 국가의 보증서를 받아낸 뒤 곧바로 자금을 빼내는 수법이다. 개원 자금이 막막한 현장에서는 이를 일종의 ‘컨설팅’이나 ‘관행’쯤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법은 냉정하다. 관행으로 포장됐지만, 이런 행위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적용되는 법리와 '특경법'의 무거움
허위 잔액 증명으로 보증서를 발급받는 과정은 그 자체로 문서 위조 및 행사죄의 소지가 크다. 나아가 금융회사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었으니 사기죄가 성립한다. 문제는 액수다. 보증 및 대출 금액이 5억 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된다. 형사처벌의 수위가 급격히 뛴다.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범죄다.
'용도 기망'이라는 또 다른 뇌관
여기에 ‘용도 기망’이라는 뇌관이 하나 더 숨어 있다. 사업자 대출로 받은 돈을 병원 개원이 아닌 부동산 매입 등에 썼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잔액을 속여 보증서를 받은 행위와 대출금의 사용 목적을 속인 행위는 별개다. 범죄를 저지른 의도와 대상, 시기,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각 독립된 사기 범죄로 쪼개질 수 있다. 한 가지 범죄가 아니라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돼 처벌 범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 책임'의 원칙과 전략적 대응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200명이 넘는 의사가 입건되었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형사법의 대원칙은 ‘자기 책임’이다. 결국 관건은 의사 개개인이 각각 다른 브로커와의 공모 관계, 개입 시기, 가담 정도다.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2.2%라는 거액을 브로커에게 떼어줬으면서 “나는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항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 전략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혐의를 세밀하게 나누어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과 깨끗이 인정할 부분을 분리해야 한다. 같은 공모 관계라도 브로커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따른 방조범인지, 기획에 깊이 관여한 공동정범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의사 면허 취소라는 치명적 리스크
특히 의료인에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전과 기록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말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이제는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 취소가 문제된다. 특경법 사기죄로 기소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만 선고받아도 면허를 잃는다. 생계와 직업의 존속이 걸린 치명적인 리스크다.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
형사 절차는 길고 지난하다. 경찰 단계는 시작일 뿐이다. 혐의를 얼마나 정밀하게 방어하고 피해 회복에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진다. 초기부터 일관된 진술과 치밀한 법리 구성을 갖추는 것, 그것이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시급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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